생각나는대로
도요새의 산행
꼴통 도요새
2017. 8. 29. 14:24
도요새의 산행
by 꼴통 도요새
난 무엇 때문에
홀로 새벽이슬 맞으며
아무도 없는
오지의 산속으로 들어갈까
약초를 캐는 것도 아니고
건강이 나빠서도 아니고
먹고 사는 일도 아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하루 종일
잡까지 낭떠러지 야생동물
서로 다투어 가며
길 없는 산행 길 만들며 간다.
지금 나는
단지 어떻게든
아무도 없는 험한 산 속에서
오직 살아서 나갔다란 생각 뿐
탁 트인 정상
홀로 우뚝 서서
멀리 산 마루금을 보며 느끼는
쾌감도 잠시 뿐
또 다시 가는 길 재촉하며
이리저리 헤맨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이윽고 어둑어둑 해 질 무렵
하루 종일 두들겨 맞은 것처럼
축 늘어져 지친 몸뚱아리
하루 종일 물만 마셔 허기진 배
잡 가시에 긁힌 온 몸의 상처
삐어 아픈 다리 쩔룩거리며
살며시 숲속을 헤쳐 나온다.
해냈다 해냈어!
오늘도 무사히 오지의 미답지
아무런 사고 없이 해냈어!
스스로 자신을 보듬어 준다.
내가 출발하였던 장소로 되돌아 온 것이
마치 영웅이 된 것처럼
홀로 마냥 기뻐하며
다음에 갈 산행지를 또 물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