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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궐하는 멧돼지에 대처하는 산꾼의 자세

꼴통 도요새 2015. 12. 2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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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궐하는 멧돼지에 대처하는 산꾼의 자세

 

얼마 전에 제가 멧돼지 사고사례를 하나 올렸죠.(1번사건)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65086&yy=2015

그런데, 그 글을 올린 후 최근에 또 산에서 한 남자가 멧돼지에 물려서 죽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아래 사건입니다.(2번사건)

http://m.media.daum.net/m/media/society/newsview/2015121516263793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79&aid=0002780582&sid1=001

혼자서, 밤낮으로, 인적이 드문 산으로 다니면서 이미 여러 번 멧돼지를 산에서 만났던 저로서는 멧돼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가 없어서 멧돼지 퇴치법, 멧돼지 공격, 멧돼지 습격, 산에서 멧돼지를 만나면 등의 검색어로 검색을 꽤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미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더군요. 아래 사건입니다.(3번사건)

http://ggholic.tistory.com/969

제가 검색해본 바. 산에서 멧돼지(이하, )에 물려서 죽거나 다친 사고로는 위 3개 사건이 대표적이던데...이 사건들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공격하는 멧은 사람과 만나자마자 갑자기 달려듭니다. 여기엔 아무런 이유도 없더군요. 3번사건의 경우, 5m 전방에서 발견한 멧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데에는 1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2. 세 사건 모두 피해자가 혼자가 아니라 일행이 있었습니다. 흔히들 산에 혼자 가면 위험하고 여럿이 가면 안전하다고 알고 있는데...꼭 그런 것도 아닌 셈입니다.

 

3. 멧의 공격패턴은 일단, 피해자의 하반신을 물어뜯습니다. 피해자는 거의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되고요. 3번사건의 피해자는 그나마 건장한 청년이라 발로 멧을 쫓아내 사망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큰 부상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2번사건 이후 사고가 난 산골마을에선 밤이 되면 주민들은 집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합니다. 더구나 2번 사건이 난 곳은 제가 조만간 산행을 할 지역과 가까워서 걱정도 되고요.

 

4. 1, 2, 3번사건 모두 현장에는 일행이 있었고 피해자는 한 명이지만 즉시 도망을 간 일행들은 다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신적 충격까지 피하지는 못했다고 하고요. 다만, 이 경우 공격한 멧이 한 마리였으니 피해자 외의 사람들은 무사했지만 멧이 떼로 덤빈다면 피해자도 그만큼 더 늘어날 것입니다. 2번 사건의 경우, 사람 2명을 멧 4마리가 공격한 케이스입니다.

이 사건들 외에도 멧 관련글을 검색해보니 참고로 할 만한 글이 더 있습니다. 아래 글입니다.

http://www.wolchuck.co.kr/bbs/bbs/board.php?bo_table=othersqna&wr_id=87679

이 외에도 이런저런 글들을 쭉 읽어보니 멧의 습성/공격성/멧을 만났을 때 대처법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그런 주장들에 대해 저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멧은 야행성이다 -> 제 경우는 딱 한 번 빼고는 모두 밤에 멧을 만났지만 낮에도 만난 사람들이 많은 걸 볼 때 멧은 주야를 막론하고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개체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죠.

 

2. 멧은 사람을 피한다 -> 거의 맞습니다. 아마도 90% 이상의 멧은 사람을 회피합니다. 하지만, 10% 미만의 멧은 사람을 구태여 회피하지 않고, 1% 정도는 갑자기 공격하는 놈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산에서 여러 번 멧을 만나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쭉 괜찮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람 중에도 가끔 또라이가 있듯이 멧 중에도 드물지만 또라이가 있으니까요.

 

3. 멧은 불을 피한다 -> 이건 거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지에서 야영을 할 땐 야생동물을 막기 위해 모닥불을 피우죠. 하지만, 우리나라 실정에선 산불 위험 때문에 이게 쉽지 않으며 더구나 무박장거리 산행에선 더더욱 불을 피울 일이 없습니다.

 

4. 멧을 쫓기 위해선 화약/폭음탄을 터뜨리면 된다 -> 작은 개체에겐 이 방법이 먹히지만 덩치 큰 놈에겐 오히려 놈을 흥분시켜 달려들게 만들 수 있다 합니다.

 

5. 물가에서 멧을 만나면 물속으로 도망치면 된다 -> 실제로 저수지 같은 곳에서 멧을 만난 사람이 놀라서 저수지를 헤엄쳐 도망친 적도 있다 합니다. 다행이 멧은 쫓아오지 않았지만...그건 그 때 놈이 구태여 쫓을 생각이 없어서이고 멧은 수영을 매우 잘 합니다. 전남완도군 청산도엔 뭍에서 헤엄쳐 건너온 멧떼 때문에 섬이 초토화 되었다고 합니다. 부산에서도 얼마 전 가덕도에서 진우도를 지나 강서구 녹산공단까지 바다를 건너온 멧떼가 설친 적이 있었습니다.

 

6. 멧이 달려들면 죽은 체 하면 그냥 가기도 한다 -> 그것도 개체에 따라 다르며 아주 배고픈 놈은 사람의 배부터 파먹을 수도 있다 합니다. 멧은 원래 초식동물이지만 먹잇감이 부족해지니 최근엔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등 육식도 종종 하니까요.

 

7. 우산을 펼치면 멧이 사람을 잘 못 보고 그냥 간다 -> 이건 소위 멧 전문가들도 대체로 인정하는 내용인데 멧은 시력이 안 좋아서 사람이 우산을 펼친 후 그 뒤에 숨으면 못 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산행 시 항상 우산을 휴대해야 합니다.

 

8. 멧을 만나면 나무나 바위 뒤로 숨어라 -> 이것도 멧이 시력이 안 좋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효과가 있다 합니다.

 

9. 멧을 만나면 높이 1.5m 이상의 나무나 바위 위로 숨어라 -> 멧이 시야는 수평시야라 위쪽은 잘 못 본다고 합니다.

 

10. 멧을 만나면 오르막으로 도망치지 말고 내리막으로 도망쳐라 -> 멧은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길어서 내리막에선 잘 못 달린다고 하는데...그렇더라도 오르막에 비해 못 달릴 뿐 사람이 달리는 속도보단 훨씬 빠릅니다. 산에서 멧의 속도는 50km/h 이상, 사람은 아무리 죽어라 달려도 20km/h를 넘기 힘듭니다. 그러니 멧에게 발견된 후 달려드는 멧에게서 거리를 벌리기는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11. 멧은 공기총으로 잡을 수 있다 -> 공기총으론 곤란하고 엽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도 제대로 급소를 맞아야 한 방에 죽을 것이고요. 근거리라면 구경이 큰 권총으로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12. 멧은 몽둥이로 잡을 수 있다 -> 몽둥이 정도로...쉽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떼로 몰려서 다구리를 준다면 모를까...11로는 거의 어렵죠. 제가 군에 있을 때 여럿이서 돼지를 두 번 잡아봤는데...네 발을 묶어놓고 오함마로 대가리를 몇 번이나 내려쳤지만...잘 안 죽더군요. 두번 째 잡을 땐 식칼로 모가지를 따는데...잘 떨어지지도 않았지만 놈이 몸부림 치니 다들 쩔쩔 매고 피는 온 사방에 튀고...대가리가 절반이나 떨어져 나갔지만 제압이 어려웠습니다. 대가리가 뚝 떨어지고나서야 조용해 지더군요. 더구나 집돼지보다 더 생명력 질긴 멧이라면...? 총이 없다면 전근대 무기로는 창이 최고일 것 같고요. 그 다음엔 찌르기과 베기가 모두 가능한, 묵직한 칼은 되어야 할 겁니다. 요는 일격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가 아니라면 오히려 멧을 흥분시켜 더 거센 공격을 당할 수 있습니다.

 

13. 불빛, 기름냄새, 호각소리 등으로 멧을 쫓을 수 있다 ->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일부 개체에겐 안 먹힐 수도 있습니다.

 

14. 멧은 개를 무서워한다 -> 멧이 개를 무서워한다기보단 귀찮아한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웬만한 멧과 개는 덩치 차이도 커서 11로는 상대가 안 되고 작은 멧 1마리에 개 4마리 정도는 되어야 비등비등 할 겁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멧 1마리과 대표적인 맹견종인 핏불테리어 2마리가 맞짱을 뜨는데 멧이 가볍게 개들을 제압하더군요. 그러니 흔해빠진 동네개 같은 건 멧에게 전혀 위협이 못 됩니다. 위의 2번사건에서도 피해자는 개를 4마리나 대동했지만 멧들은 전혀 부담없이 공격했으니까요.

다만, 개가 시끄럽게 짖으니 멧이 귀찮아서 피할 뿐이죠. 멧 사냥 시 사냥개들이 멧을 제압하는 것은 멀쩡한 멧을 잡는다기보다는 사냥꾼이 먼저 멧한테 총알을 한두 방 먹여서 멧의 힘을 뺀 후 개들이 달려들어 제압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산행 중 멧을 만난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저의 얕은 경험에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본 바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되더군요.

 

1. 멧이 스스로 사라지는 경우 :

대부분의 멧은 사람을 회피하고, 만나더라도 먼저 도망가니...멧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큰 소리를 치거나, 표나게 도망을 치거나, 돌을 던지거나, 호각을 부는 것 등등 말이죠. 사람이 먼저 자극하지만 않는다면 멧은 거의 스스로 물러갑니다. 멧을 응시하면서 등을 보이지 않아야 하죠. 공격하지도, 그렇다고 도망가지도 않는...애매한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멧에게 사람이 만만한 대상이 아니라는 자세를 보여줘야 합니다. 사람이 겁을 먹었거나 약한 존재라는 인상을 받으면 멧은 갑자기 공격할 수 있습니다.

 

2. 멧이 공격하는 경우 :

하지만, 멧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사람들을 공격 해봐도 뭐 마땅히 대항하지 못하더라...이런 학습효과가 멧에게 생긴다면(이미 생기고 있다 하네요) 드물지만 일부 멧은 사람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멧이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순간적이므로 멧을 만나면 항상 피하거나 맞받아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멧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으니까요.

 

멧이 공격하면 달려서 거리를 벌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니 가까운 나무나 바위 위로 올라가거나, 또는 큰 나무나 바위 뒤로 숨는 게 좋습니다. 멧은 일직선으로 공격하니 맞부딪히기 직전에 방향전환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멧은 대부분 사람의 하반신을 공격하지만 멧의 점프력이 2m 정도 되는 것을 볼 때 그것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 봅니다. 동영상에 보면 멧이 시가지에서 달리다 2m 정도 되는 축대를 훌쩍 뛰어넘어가는 것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멧이 점프력은 되지만 시력이 안 된다고 하니 현실적으로는 서 있는 사람의 상반신에 대한 공격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만약 한 번 피해줬는데도 집요하게 달려든다면...대항할 생각도 해야 하는데 이 경우를 위해 산행 시엔 호신용품을 휴대 할 필요가 있습니다. 멧 대비 호신용품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총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벌목도(정글도, 마체테)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봅니다. 벌목도는 본래 용도인, 밀림산행 시 덤불을 쳐내는 데에도 쓸 수 있으니 멧 대비용으로도 쓸 만한 제품을 잘 골라보면 좋습니다.

 

제가 검색해본 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벌목도는 5~6가지 정도 되는데...그 중에 휴대가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멧에 대해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데에도 쓸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해서 -> 날을 세우고 -> 손잡이를 튜닝(시중의 벌목도들은 대개 손잡이가 너무 두꺼우니 사포나 그라인더로 좀 깎아내야 손에 쥐기 좋습니다. 그런 후 그립테이프를 감아서 손에 잘 붙도록 합니다)하고 -> 칼집도 산행 시 휴대하기 좋도록 따로 맞추면 장비준비는 된 것이고요. 산행 시엔 즉시 꺼낼 수 있도록 가슴에 달고 다녀야 합니다.

 

그 다음으론, 시간 날 때마다 벌목도를 휘두르는 연습을 해두고 실전에서 멧을 만났을 때 어떻게 싸울 것인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하면서 빈 박스 같은 것을 쌓아두고 거기에 멧 그림을 그려두고 찌르기 베기 연습을 해봅니다. 그런 연습이 쌓이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제가 한창 빙벽등반을 할 땐 늘 실전빙벽등반을 할 수는 없으니 겨울이 다가오면 집에서 양 손에 아이스바일을 쥐고 벽에 바짝 붙어서 허공에다 스윙연습을 하루 수백번씩 했었고 그게 실전 등반에서 효과가 있었습니다. 멧 대비 벌목도도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대비하여 시간 날 때마다 연습을 해두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벌목도도 엄연히 칼이니 자신이나 타인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고요. 잘못 휘두르면 자기 다리에 칼날이 박힐 수도 있습니다. 휴대는 대중교통 이용 시엔 반드시 배낭 안에 넣어서 다니고, 꺼내서 달고 다니는 건 인적이 드문 산에 들어가서만 하는 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남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대구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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