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꼴통 도요새 2016. 2. 3. 15:16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 또 명절이 다가옵니다.

요즈음엔 왠지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서 자주 웁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일까요?

아니면 짜증나는 삶 때문일까요?

하여간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가신지도 벌써 삼년이 다 되었는데,

오래 동안에 있었던

내용들을 블로그에 모아 놓고도

눈물이 날까봐 한 번도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엄마 생각이 나서 살며시 펼쳐보려 했지만,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대로

한 줄도 채 읽지도 못하고 그만 덮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살아생전

이 못난 근진이 한데,

뭐가 그렇게 미안하셨는지

한평생 우리 근진이, 우리 근진이 하시다가

여기저기에서 온갖 미움 다 받으신 것 저는 다 압니다.

 

마지막 가시기 육 개월 전

그렇게 가기 싫다는 고향 가셨을 때

저는 엄마 욕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평소 엄마가 내 마음 반만 알아 라고 하셨으니까요.

엄마가 가시기 이틀 전에도

내가 보고 싶으니 빨리 오라하셔 놓고

나를 보지도 않고 그냥 가시면 나는 어떻합니까?

 

엄마!

나는 엄마가 가신 후

아직 산소 한번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무척 보고 싶어서 여러 번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내 마음이 열리질 않습니다.

 

엊그제는 셋째 형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펑펑 우시더니

그냥 끊어 버리고 다시 전화를 주셔서 하시는 말씀이

 

이번 구정 때

엄마 산소 다녀가라 하시면서

시골 큰형님이 너 한데 잘 못했다 한다면서

잘 얘기해서 다녀가라 하였답니다.

근데 내 마음은 아직도 열리지 않습니다.

아니 내 평생 열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고집이 세서 그런가라고 생각 하였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십년이

넘도록 그렇게 가슴에 못 박혀 살아 왔는데

어찌 그 말 한마디에 제 마음이 열리겠습니까?

 

내가 눈이 크고 겁도 많은걸

엄마도 아시겠지만

그 때마다 화를 참지 못하고

하루하루 혼자 화를 삼키며 산에 오르며 것이

이젠 전문 산악인이 되어 너무너무 좋습니다.

 

엄마!

때로는 혼자 깊은 산속에서

엄마하고 보냈던 지난날들을 생각하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또한 산이 나한데 주는 쾌감 때문에

희열을 느끼기도 하여 너무 좋습니다.

 

가끔은

내가 혼자 산에 다니면서

산이 나한데 주는 모든 것들이

엄마가 나 한데 남겨 주신

큰 재산이라 생각하며

엄마! 고맙습니다. 라고

소리쳐 보기도 하였습니다.

 

엄마!

이번 구정은 닷새를 쉽니다.

첫날은 산에 갔다가 장모님께 가서 하루 자고

둘째 날도 산에 갔다가 셋째 형님께 가서 하루 자고

셋쨋날 넷쨋날, 다섯쨋날도

매일 같이 산에 갔다가 남은 시간들은 장모님과 함께 보내고 오려 합니다.

 

엄마!

이번 명절에도 엄마 산소 안 가더라도 섭섭해 하지마세요.

엄마는 내 맘 알지?

 

엄마!

그리고 이번 명절에도

엄마가 고향 계셨을 때

자기엄마처럼 엄마를 모셨던

손씨 아주머니께 조그만 선물이지만 성의 표시는 했습니다.

그리고 산에서 엄마 생각이 나면 수시로 전화도 드린답니다.

그 분도 엄마 이야기 하시면서 보고 싶다고 자주 우신답니다.

 

엄마가 가신 후

그 동안 있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편안히 계십시오!

 

201624

구 남매 중 막내아들 근진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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