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나무
깨금, 헤이즐넛
분류: 자작나무과
학명: Corylus heterophylla var. heterophylla
개암 또는 헤이즐넛(Hazelnut)은 개암나무속 나무의 견과이며, 이명으로는 콥넛(cobnut), 필버트 넛(Filbert nut) 등이 있다. 사투리로 깨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체적인 외관은 타원형의 둥근 모양을 하고 있으며, 길이는 15 ~ 25mm, 직경은 10 ~ 15mm 정도로 길이가 직경에 비해 약 1.5배 정도 길다. 열매는 짙은 갈색을 띄는 단단한 씨방벽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특징이며, 수분 작용이 일어난 이후 7 ~ 8개월 뒤에 나무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익은 열매는 날로 먹거나 익혀 먹거나 갈아서 섭취하는 등 식용으로 사용되며, 밤, 도토리 등과 함께 가축의 먹이로 제공되기도 한다.
터키, 아제르바이잔,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조지아 및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 영국의 켄트 주, 미국의 오리건 주와 워싱턴 주 등지에서 개암을 상품작물용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터키에서는 연간 전 세계 개암 생산량의 75%를 담당해 세계 최대의 개암 생산지로 자리잡았다.
개암은 단백질, 불포화 지방, 비타민 E, 철분 및 필수 영양소 등이 풍부하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 환자들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한 다이어트 음식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개암은 주로 프랄린, 파베 초콜릿 등의 과자류 또는 누텔라, 프란젤리코 등의 리큐어 등을 제조하는 데 이용되며, 개암으로부터 짜낸 기름은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역할을 해 조리용 기름으로 사용된다. 또한 개암으로부터 나오는 향의 주성분은 필버톤으로 구성된다.
깨금나무 유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방망이 이야기는 여러 갈래가 있다. 그중 1980년 경남 진양군 금곡면 검암리 운문마을에서 채록한 이야기각주1) 를 소개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동생과 함께 어렵게 사는 한 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소년은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잘 익은 개암을 발견하고 정신없이 따 모으느라 날이 저무는 줄도 몰랐다. 당황한 소년은 허겁지겁 산을 내려오다 전에 보지 못한 허름한 기와집 하나를 발견했다. 소년은 그곳에서 밤을 새우기로 하고 마루 밑에 들어가 웅크리고는 잠을 청하려 했다. 그때 갑자기 도깨비들이 몰려와 방망이를 두드리면서 “밥 나와라” 하면 밥, “떡 나와라!” 하면 떡이 수북이 쌓였다. 그 모습에 배가 고팠던 소년이 개암을 깨물자 “딱!” 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났다. 혼비백산한 도깨비들은 음식과 방망이를 그대로 놔둔 채 모두 달아나 버렸다. 소년은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내려와 마을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었다.
소문이 퍼지자 이웃의 한 욕심쟁이 영감이 소년과 꼭 같이 개암을 따서 주머니에 넣고 도깨비들이 몰려드는 기와집에 미리 숨어들어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들은 그대로 도깨비들이 몰려와 웅성거렸다. 이때라고 생각한 영감은 일부러 큰 소리가 나도록 개암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마침 “딱!” 하고 소리도 엄청 컸다. 그러나 방망이를 얻기는커녕 도깨비들은 영감을 붙잡아 방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방망이 도둑으로 몰아 흠신 두들겨 팼다.
전래동화의 내용처럼 개암은 누구나 따먹을 수 있는 우리 산야의 야생 견과(堅果)였다. 딱딱한 씨껍질로 둘러싸인 열매 안에는 전분덩어리 알갱이가 들어 있다. 비록 도토리나 밤은 참나무과이고 개암나무는 자작나무과로 거리가 있지만, 씨앗의 모양새나 쓰임은 비슷하다.
개암은 오늘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과실이지만, 역사책은 물론 옛 선비들의 문집이나 시가에 널리 등장한다. 고려 때는 제사를 지낼 때 앞줄에 놓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도 제사과일로 등장한다. 그러나 임진왜란 전후로 개암은 제사상에서 퇴출된다. 아마 개암보다 더 맛있는 과일이 많이 들어온 탓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개암의 한자 이름은 산반율이나 진율처럼 흔히 밤(栗)이 들어간다. 달콤하고 고소하므로 간식거리로 그만이며 흉년에는 밤, 도토리와 함께 대용식으로 이용되었다. 개암이란 이름도 밤보다 조금 못하다는 뜻으로 ‘개밤’이라고 불리다가 ‘개암’이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