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울 엄마

꼴통 도요새 2013. 3. 4. 16:58

마지막 밥상

2013, 3, 1

비록 초라한 음식들이었지만, 온 정성으로 직접 만든 마지막 밥상

 

 

그렇게 맛있게 드시든 음식들

이제는 소용이 없다.

하지만 잠시나마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을까?

맞다. 그 동안 이것저것 맛있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자식들 챙겨 먹이고 싶어 하시든 엄마 생각이 나서

오늘은 형제들이 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보았다.

모두들 불러서 엄마 앞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들을 보여 줘야지.

수육, 잡채, 부침개, 도토리묵, 호박 쥬스, 야채, 과일, 술 ...등등

그리고 형님, 형수님, 동생 ......등등 모두 모였다.

하지만 누님은 “나는 안 간다.”

엄마 앞에만 가면 눈물이 나서 더 이상 못 참겠다고 하신다.

이윽고 저녁이 되어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우연의 일치로 오늘이 돌아가신 아버지 생신날이었다.

“엄마 오늘이 아버지 생신 날이야 그래서 만들었으니 조금 드셔봐“

엄마는 기분이 좋으셨는지

잡채만 억지로 조금 드시더니 신이 나셨는지

옛날 노래를 두 마디 부르신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그리곤 이내 숨이 차서 고개를 숙이시더니

“피곤해서 조금 누워야겠다!”고 하신다.

형님은 눈시울이 붉어지시더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밖으로 나가신다.

갑자기 분위기는 이상해지고

우리는 모두가 음식상을 들고 거실로 나온다.

다시 분위기를 살려 억지로 웃음을 나누며 옛날 엄마 고생하신 애기들을 나누는데,

나는 혼자 방에서 눈이 부시다고 불을 끄고 누워 계시는 엄마한데로 살며시 가서 다리를 주물러 드린다.

엄마는 나한데 조용히 하시는 말씀

“너들 하는 이야기 다 들었다“

무슨 뜻일까?

좋은 얘기만 들으셨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이틀 동안 만들었던 음식 엄마는 드시지도 못하고

잠시 동안 기쁘게 해 드렸던 것이 전부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엄마께 드리는 마지막 밥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섭리

여느 엄마들이 모두가 그러하셨듯이

우리 엄마도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셨다.

어렵고 혹독한 가난 속에 시달리시며

수많은 친정 식구와 시댁식구들 모두 다

자신의 곁으로 데리고 오셔서

모든 것들을 풍요롭게 챙겨 주셨는데

그 고마움도 모르고 모두들 한결같이

엄마만 두고 서로들 따뜻한 곳으로 먼저들 떠나셨다.

요즈음 엄마가 하시는 말씀

“내가 옛날에 달리기를 60명 중에 일등을 해서 상금도 받았는데~”

"시집 올 때 나 이뿌다고 온 동네가 떠들썩 했는데~"

란 말씀만 자꾸 하신다.

엄마도 이제는 버티기가 힘드신가보다.

이것저것 하나 씩 포기하시는 것이 보인다.

이제 자기 차례인 줄 아시는 것 같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시면서

더 이상 머물다가 혹시나 자식들 피해나 입히지 않을까 하면서

하루 빨리 모든 걸 내려놓으려고 하시는 것 같다.

이것이 인간의 섭리인가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9남매(5남4녀)를 낳으셨고,

그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모두 훌륭하게 키워 내신 엄마

늘그막엔 자신이 외롭고 힘들어도

전화 한통 없는 자식들 걱정 먼저 하시고

이제는 드시는 것조차도 힘들어 하시면서

스스로 하실 수 있는 것은 없으시다.

하지만,

나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그런 엄마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엄마가 계셔도 엄마라 부르는 것조차도 못한다.

내가 엄마를 부르지 못하는 까닭은

엄마라 부르려고 할 때면

먼저 나의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나서

행여 엄마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오늘은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하시는 엄마가

억지로 우기시어 고향인 시골로 가신다.

엄마와 나는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엄마한데 전화를 드렸다.

“할매 밥 많이 드셨어? 약은 드셨어?”

엄마가 힘없는 목소리로 하시는 말씀

“응 마이 먹었다. 내가 후딱 댕기 올께 걱정하지마라

“알았어, 할매! 빨리 갔다 와야 돼! 끊어요.“

혹시나 내가 울먹이는 것을 눈치나 채실까

더 이상은 대화조차도 힘들다.

이 모든 것이 여기까지가 인간의 한계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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