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대로

꼴통 산행

꼴통 도요새 2017. 6. 29. 16:33

꼴통 산행



                                꼴통 도요새

  

난 무엇 때문에

쉬는 날만 되면

새벽이슬 맞으며

홀로 아무도 없는 곳

오지의 산속을 찾아 들어갈까

  

오라는 것도 아니고

약초 캐는 것도 아니고

건강이 나빠서도 아니고

먹고 사는 일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잡까지 낭떠러지

사나운 야생동물들과

서로 다투고 눈치 봐가며

길 없는 산 길 만들며 간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

어떻게든 아무도 없는

이 험난한 산 속에서

헤쳐 나가겠단 생각 뿐

 

어느 새 탁 트인 정상

홀로 우두커니 서서

저 멀리 아스라이

펼쳐지는 산 마루금보며

느끼는 쾌감도 잠시

   

또 다시 가는 길

재촉하며 바삐

사나운 숲 속을

이리저리 헤맨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이윽고 어둑해 질 무렵

하루 종일 사나운 숲 속

헤맨 내 모습

누군가에 실 컷 두들겨 맞은 것처럼

축 쳐친 몸뚱아리 하고

온 종일 물만 마셔 허기진 배

잡까시에 긁힌 온 몸의 상처

빗 길 급경사에서 삐어 아픈 다리

더 심해진 족저근막염

띠뚱띠뚱 쩔룩거리며

마치 큰일 해낸 것처럼

빙그시 웃으며 숲속을 빠져 나온다.

  

해냈다 해냈어!

오늘도 아무 탈 없이

오지의 미답지 무명산

다치지 않고 빠져 나왔어!

스스로 자신을 위로 해가며.

  

내가 출발하였던 장소로

되돌아 온 것이

마치 전쟁의 영웅이 된 것처럼

혼자 히죽거리며 기쁜 마음으로

다음에 갈 산행지를 또 물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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