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인가 불행한 삶인가
행복한 삶인가 불행한 삶인가
꼴통 도요새
요즈음 같이 힘든 세상
먹고 사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잠시 시간만 남으면
나의 열손가락과 머리는
주말에 갈 산행지 때문에 분주하다
미답지는 어디인가
어느 지역으로 갈까
어느 산으로 갈까
날씨는 어떨까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이윽고 주말이 온다.
이른 새벽
눈비비고 일어나자마자.
배낭 챙기느라 분주하다
어두운 길
졸음운전 참아가며
목적지에 도착한다.
이 코스 어떻게 그릴까
들머리를 어디로 할까
위험한 곳은 없을까
걱정하며 산길을 오른다.
종일 먹는 둥 마는 둥
깊은 산속 헤매다가
허기진 몸으로
마치 전쟁터에 갔다 온 패잔병처럼
육신은 파죽이 되어
산을 내려온다.
휴 이제 끝났구나!
이젠 살았구나!
안도의 한숨 쉬며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물
허기진 배 물이라도 실 컷 마셔보자
평소 그 흔하던 물
마치 사막 속을 나온 사람처럼
단 숨에 벌컥벌컥 마시고 나면
세상에 더 부러울 것 없는
행복감에 빠져있다
들뜬 마음으로
흥얼거려 콧노래 부르며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도착하여 보따리 내려놓고
씻자마자
컴퓨터 앞으로 찾아가
오늘의 산행기를 만든다.
잘 만들어야지
후답자 분들께 해는 끼치지 말아야지
조심스레 만든 산행기
카페, 블로그, 카카오, 밴드
곳곳에 분주히 올린다.
다 올려놓고 나면
허전함이 밀려온다.
겨우 이것 하려고
일주일 내내 그렇게
분주하게 굴었나!
이러면 안 되지
생활 패턴을 바꿔 봐야지라며
먹고 사는 일에 더 신경 써야지
마음 굳게 먹어보지만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컴퓨터 앞에 앉아
주말에 갈 산행지 자료를 또 찾는다.
과연 나의 생활은
이런 일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불행한 삶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