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도요새의 일기

꼴통 도요새 2013. 7. 4. 08:28

 

도요새의 일기

 

"엄마 사진 하나 찍어 드릴께 여기 봐!"

"에이고 내 사진 찍어서 어데 쓸라고?"

"그냥 엄마 보고 싶을 때 볼거야"

제목: 울엄니의 소원

엄마 나 왔어!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며, 첫마디가

“나 왜 이렇게 오래 살겐노, 나 좀 빨리 죽게 해 줘라?”

엄마 그런 생각 하면 안 돼!

그러다가 그냥 죽으면 괜찮은데, 만약에 안 죽고 여기 저기 아프면 병원 가야돼!

병원가면 또 핏줄 못 찾아서 여기저기 주사기로 마구 찌르면 아파서 어떡해?

그러니까 조금만 드셔봐, 뭐 드릴까?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조금 드셔봐!

요구르트 큰 것(비피더스) 드릴까? 아니면 원숭이 바나나 드릴까?

“응”

난 얼른 환자용 전동 침대를 일으켜 세우고 등을 조금 문질러 드리려고 하였더니,

어머니는 하루 종일 누워만 계셔서 인지, 점점 더 허리가 뻣뻣해 지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등을 살살 문질러 드리는데,

“아프다 그만해라”

엄마! 그럼 잠깐만 기다려 봐!

하고 냉장고에서 비피더스 하나를 꺼내어 컵에 부어 드렸더니,

이제는 손에 힘이 없어 컵조차 들지도 못하셨다.

그리고 원숭이 바나나 하나를 까서 드렸더니,

힘들어 하시면서도 병원에서 주사 맞기 싫으셔서 그런지 억지로 다 드시고 어머니는 곧바로

“나 좀 눕혀 줘라!”

알았어!

그리고 어머니를 눕혀 드리고, 방청소를 하고난 후

엄마! 약을 드시니까, 소변에서 냄새가 많이 나요,

“응 나도 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엄마 옆에 안 오니까,

이 것(방향제)을 수시로 부려 달라고 하셔 알았지?

“응”

그리고 엄마 국수 좋아 하시잖아, 조금 삶아 드릴까?

“응”

형님과 형수님은 밭에 일 나가시고, 여기저기를 뒤지는데, 당췌 국수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순간 인스탄트 식품인 쌀국수 하나가 눈에 띄어 얼른 뜨거운 물을 부어 식혀드렸더니,

한 젓가락 드시곤

“매워서 못 먹겠다.”

“나 좀 그만 눕게 해 줘라“

그리곤 눈을 지그시 감으셨다. 어머니를 눕혀 드리고

엄마!

“응”

나는 하루만 이렇게 누워 있으라, 해도 못 있을 것 같은데, 엄마 힘들지?

“응 말도 못하게 힘들다.”

근데 엄마 계속 누워 있으면서 무슨 생각해?

“옛날 생각한다.”

옛날에 엄마가 한 일들이 전부가 부질없는 것들 이었지?

“응”

라고 하시면서 또 깊은 생각에 잠기셨다.

엄마 9남매(5남 4녀)를 건강하게 낳으시고, 모두 고등교육까지 다 가르쳐 키우시고,

배고파도 드시지도 않고, 손이 불어 트도록 모아서 먹고 살 수 있도록 다 해줬는데,

정작 엄마가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누구 하나 오는 사람 없고, 전화 한통 없잖아?

엄마는 잠시 두 눈을 지그시 감으시더니,

 

"어휴! 동생들 같으면 한대씩들 쥐박기라도 하겠는데, 모두가 형님과 누님들인지라 짜증만 ~ "

"엄마 웃어봐!"

찰칵

 

“너 형수한데 가서 나 귀저기 좀 갈아 달라고 해라”

응 알았어!

밖에 나가서 형수님 엄마가 귀저기 좀 바꿔 달라는데요?

형수님은 밭에서 따온 자두를 팔려고 상자에 골라 담으시면서 하시는 말씀

어머님한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해줘요!

이제는 매 때마다 귀저기를 갈아 드려야 하는데, 형님과 형수님은 일 나가시고, 없으니

그렇게도 깨끗하시든 어머니가 이제는 이것도 참고 견디셔야 하는데, 얼마나 괴로우실까?

이윽고 형수님이 일을 마치고 어머니의 귀저기를 갈아 드리는데,

어머니는 그냥 잠에 취하셔서 곤히 주무시고 계신다.

형수님의 말씀이 어머님이 사흘 동안 한잠도 안 주무시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주무시네? 라고 하신다.

무엇이 불편하셔서 사흘 동안 한잠도 안 주무셨을까?

나는 문뜩 내가 옆에 있으니까, 편해서 그러신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주에 또 와야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어머니와 하루 밤을 지내고

아침 일찍 도요새는 또 문경의 오지의 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엄마 닷새 뒤에 도 올께, 드시고 싶은 것 기억해 뒀다가 나 한데 말씀해 주셔, 알았지?

“응 어찌 됐던 건강해라”

 

"옆집에 사시는 80대 노인 분의 이야기도 귀찮으신 듯 눈을 지그시 감으신다."

옆집 노인 분: 아랫방에 계시면 아무도 없어도 수시로 와 볼 수 있는데,

안방이라 아무도 없을 때는 들어오기가 조금 그렇 습니다.

 

6월 29일 토요일

도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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